[테크포임팩트] 아카이빙에서 생활 연결로, 현장이 바꾼 다이루리의 방향 (주제발표/아이디에이션 워크숍/중간발표)
- Haram Lee
- 2026-05-26
- studies / 26-1 / tech-for-impact-project
태초마을로…

와~ 태초마을이야~
지난 글에서 팀 다이루리는 다로리를 처음 마주했던 과정과, 우리가 세웠던 문제 가설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기록했다. 처음에 우리는 다로리를 ‘부족한 농촌’으로 바라보았다. 지역 문제를 다룬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보통 결핍이기 때문이다. 교육 기회가 부족할 것 같고, 복지나 생활 인프라도 도시보다 부족할 것 같고, 필요한 정보에 접근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필드트립을 다녀오고, 다로리에서 실제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 관점만으로는 다로리를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로리에는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있었다. 지역의 조건 안에서 작동하는 교육이 있었고, 촘촘하게 이어지는 복지와 생활 기반이 있었고, 주민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오가는 정보와 관계망이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다로리의 문제를 ‘자원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가치가 충분히 기록되고 공유되지 않는 것에서 찾았다. 다로리의 생활 정보와 지역의 매력을 잘 정리하고, 외부에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드는 아카이빙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프로젝트를 조금 더 진행하면서, 기획을 거의 엎게 되었다…..(ㅜ.ㅜ) 이번 글은 우리 팀이 왜 기존 기획을 수정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왜 단순한 아카이빙 서비스가 아니라 지역 생활 커뮤니티 서비스로 재기획하게 되었는지를 기록하고자 한다.
초기 기획
프로젝트 초반에 우리가 발견한 문제는 ‘보이지 않는 가치’였다.
1) 다로리에는 외부인이 쉽게 알기 어려운 장점들이 있다.
2) 하지만 이런 정보는 대부분 사람을 통해 전달되고 있었다.
3) 이러한 방식은 관계망 밖에 있는 사람에게는 이 구조가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

다로리의 가치를 찾아서…
새롭게 귀촌한 사람이나, 아직 마을 사람들과 충분히 연결되지 않은 사람은 필요한 정보를 어디서 찾아야 할지 모를 수 있다. 다로리를 외부에서 바라보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온라인에서 청도를 검색하면 맛집, 카페, 관광지, 미나리 같은 정보는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실제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생활 정보는 상대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다로리의 정보를 기록하는 서비스를 떠올렸다. 단순히 “다로리는 좋은 곳입니다!”라고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다로리 안에 이미 존재하는 생활의 맥락을 정리하고 남기는 방식이었다. 지역의 교육, 복지, 사람, 장소, 생활 정보가 흩어져 있다면 그것을 모으고, 필요한 사람이 다시 찾아볼 수 있도록 만드는 아카이빙에 가까운 방식을 채택했다.
나아가 도시 사람과 농촌 사람을 1:1로 연결해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는 서비스도 구상했다. 도시 사람에게는 다로리의 삶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지역 주민에게는 자신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창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외부인의 시선에서 봤을 때는 꽤 매력적인 아이디어처럼 느껴졌던 것 같다…!
하지만 유저 리서치를 진행하면서 우리는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흥미롭게 느낀 연결 방식이, 실제 주민에게도 필요한 방식은 아닐 수 있다는 점이었다.
유저 리서치가 보여준 다른 방향
다로리 주민과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진행하면서, 기존에 생각했던 1:1 매칭형 서비스는 실제 니즈와 조금 거리가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1) 주민 입장에서 낯선 사람과 개인적인 대화를 시작하는 일은 꼭 편한 경험만은 아니었다.
2) 개인적인 대화가 외부로 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3) 또 중·노년층 주민이 많은 지역 특성상, 실시간 채팅이나 영상 기반 소통 방식이 모두에게 익숙하거나 편한 방식이라고 보기도 어려웠다.

무수한 회의의 흔적들…

그리고 무수한 인터뷰의 흔적들……….
실제 주민분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의 경우, 설문에서도 서비스 사용 의사가 적극적이지 않은 응답자가 있었다. 이유는 단순히 서비스가 별로라서라기보다,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만들고 싶었던 것은 ‘연결’이었지만, 주민들에게 필요한 연결은 “누군가와 새롭게 친해지는 연결”이 아니라,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정보나 사람, 자원에 닿을 수 있는 연결”**이었다. 긍정적으로 응답한 사용자들도 관계 형성 자체보다는 정보 획득을 더 중요하게 보고 있었다. 즉 다로리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외부인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경험보다, 생활에 직접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고 필요한 상황에서 적절한 도움과 연결되는 경험이었다.
그래서 다이루리 팀은 문제 정의를 다시 수정했다.
다로리를 외부에 보여주는 것보다, 먼저 다로리 안에서 실제 생활에 도움이 되는 연결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주민들이 자신의 생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정보가 자연스럽게 쌓이고, 그 정보가 이후에는 다른 사람도 접근할 수 있는 형태로 남는 구조가 더 현실적이라고 보았다. 처음에는 다로리의 가치를 기록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그 기록이 실제 생활 속에서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를 더 고민하게 된 것이다.
다시 보이기 시작한 문제들: 교통, 교육, 일자리
기획을 다시 살펴보면서 우리는 필드트립과 리서치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했던 생활 페인포인트를 다시 꺼내보았다.
가장 많이 보인 문제는 크게 세 가지였다: 교통, 교육, 일자리
교육의 경우 다로리와 인근 읍내에는 생각보다 잘 갖춰진 공교육과 방과 후 프로그램이 있었다. 도시와 완전히 같은 방식은 아니지만, 지역의 조건 안에서 나름대로 작동하는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혜택이 모든 소규모 마을까지 자연스럽게 닿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정보는 알고 있는 사람에게만 전달되고, 어떤 프로그램은 이동이 가능한 사람에게만 열려 있었다.
일자리도 비슷했다. 단기적이고 생계형에 가까운 일자리는 존재하지만, 청년층이 장기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 만큼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일자리는 제한적이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직접적이고 반복적으로 드러난 문제는 교통이었다.
버스 배차 간격이 길거나 운행 시간이 불확실하면, 자차가 없는 사람은 일상적인 이동부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읍내에 가는 일, 병원에 가는 일, 아이를 학원에 보내는 일, 공공 서비스를 이용하는 일 모두 이동과 연결되어 있다. 교통은 교육에 접근하기 위한 조건이고, 복지를 이용하기 위한 조건이고, 일자리를 찾기 위한 조건이고, 생활 편의를 누리기 위한 기반이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서비스의 중심 기능을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교통은 단순한 이동 문제가 아냐!
처음에는 막연하게 카풀 기능을 떠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곧 “그냥 카풀 앱을 만드는 것”은 다로리의 맥락과 잘 맞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낯선 사람과 갑자기 차를 함께 타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 특히 지역 안에서는 안전과 신뢰가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출발지와 목적지만 맞는다고 해서 바로 연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래서 우리는 비정기적인 카풀보다 정기적인 이동 수요에 집중해보기로 했다. 예를 들면 같은 학교에 가는 아이들, 같은 학원에 가는 학생들, 같은 마을에서 읍내로 이동하는 주민들, 일정한 요일에 병원이나 복지관을 방문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이동은 완전히 낯선 관계보다는 이미 어느 정도 맥락이 있는 관계 안에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같은 학교, 같은 학부모 모임, 같은 마을, 같은 생활권처럼 기존 관계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새로 기획한 앱 flow
다이루리는 이런 사람들이 모집글이나 채팅방 링크를 통해 모이고, 빈자리를 확인하고, 출발 장소와 시간을 조율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계될 수 있다고 보았다. 여기서 기술의 역할은 마을의 관계망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미 존재하는 신뢰를 온라인에서 조금 더 쉽게 확인하고, 조율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다. 예를 들어 청도 거주자 인증, 학부모 인증, 보험 확인, 여성 드라이버 표시, 긍정 리뷰나 뱃지 같은 장치가 있을 수 있다. 이런 기능들은 누군가를 평가하거나 배제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주민들이 안심하고 선택할 수 있는 기준을 제공하기 위한 장치로 설계되어야 한다.
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필요한 정보를 맥락에 맞게 제공하고, 이미 존재하는 관계망 안에서 조율 비용을 줄이는 데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역 생활 커뮤니티 구축
다로리에서 발견한 교통, 교육, 일자리 문제는 서로 따로 떨어져 있지 않았다. 모두 지역의 생활 인프라와 연결되어 있었고, 동시에 사람과 정보를 어떻게 연결하느냐의 문제와도 맞닿아 있었다.
같은 방향으로 이동할 사람을 찾는 일,
단기 일자리를 구하는 일,
마을 행사 참여자를 모으는 일,
공공 서비스 정보를 확인하는 일,
아이 교육 정보를 공유하는 일,
등등…


멘토님의 정성어린 피드백ㅠ.ㅠ!!!!
이 모든 것은 결국 지역 안에서 필요한 사람과 정보를 연결하는 일이다.
그래서 다이루리 팀은 정기 라이드를 주요 기능으로 두되, 지역 생활 정보를 함께 담는 커뮤니티 서비스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서비스 안에는 정기 라이드 모집뿐 아니라 버스 정보 아카이빙, 마을 공지, 일자리 모집, 교육 정보, 공공 서비스 안내 같은 기능이 함께 들어가는 것으로 기획했다.

figma 프로토타입
마치며
기존 기획을 바꾸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이미 와이어프레임까지 진행된 기획들을 엎는 것이 조금 아깝기도 했다. 그동안 고민했던 방향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고, 다시 처음부터 문제를 정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테크포임팩트 프로젝트를 하면서 계속 느끼는 것은, 좋은 기술 솔루션은 처음 세운 아이디어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데서만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장에서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계속 의심하고, 다시 묻고, 필요하면 방향을 바꾸는 과정이 오히려 더 중요했다.

지금 다이루리는 열 개발 중…
개인적으로는 기획을 갈아엎는 과정이 힘들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제야 우리가 정말 다로리의 생활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기술이 멋진 기능을 만드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쓰일 수 있는 연결이 되었으면 좋겠다. 지역에서 계속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더 잘 찾고, 필요한 순간에 적절한 사람이나 자원과 연결되도록 돕는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끝!

테크포임팩트 캠퍼스 크리에이터 활동의 일환으로 제작된 콘텐츠입니다.